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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1호 태권도의 오명

Posted 2014-09-17 05:56,   

Updated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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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으면 요즘에는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를 꼽는 응답이 많겠지만 원조 한류는 태권도다. 김치 고추장 아리랑이 한국과 해외 한인 커뮤니티를 벗어나지 못할 때 태권도는 인종 문화 이념의 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다른 호신술과는 달리 깍듯한 예절과 인격 수양을 강조하는 태권도 정신이 성공 비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태권도를 배우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동메달은 1000만 원, 은메달은 2000만 원, 금메달은 4000만 원. 어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태권도협회의 전직 임원은 태권도 경기의 승부 조작 실태를 이야기하며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작년 전국체육대회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유리한 경기를 하다 종료 직전 무더기 경고를 받고 패한 전모 군의 아버지가 심판을 비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 조직적인 승부 조작을 밝혀낸 것에 대해서도 그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뤄야 할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2011년 승부 조작 사건으로 국가대표 출신 등 선수 수십 명이 영구 제명됐다. 2012년에는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2013년엔 프로농구에서도 잇달아 승부 조작이 탄로 났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도 승부 조작 스캔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차렷, 경례, 시작, 그만. 세계태권도연맹 산하 206개 회원국에서는 모두 한국말로 태권도 경기를 진행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현지인이 협회장을 맡을 만큼 세계화가 이뤄졌지만 용어를 비롯한 태권도 정신의 모태는 한국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승부 조작 논란과 파벌 다툼 때문에 종주국을 대하는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태권도가 계속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올림픽 종목으로 존속하려면 심판의 공정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태권도인들이 힘을 모아 승부조작 적폐를 격파하는 회심의 일격을 날려야 한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