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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쓰레기 분리수거해주마!

Posted August. 24, 20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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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좋다. 예의없는 것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4가지를 상실한 인간들 때문에 분노한 적이 있다면 제목부터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 순간, 누구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을 듯.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그 누군가는 당신의 얼굴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러니 어차피 뒤틀린 세상, 조금씩 양보하며 살자는 것, 이게 최근 개봉한 영화 예의없는 것들이 원래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주인공(신하균)은 혀가 짧아 슬픈 남자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신을 지켜주던 소녀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는 그는 쪽팔리기 싫어 말을 안 한다. 1억 원만 있으면 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수술비 마련을 위해 그는 킬라가 된다. 킬러가 아니고 벌레 잡는 에프 킬라의 그 킬라다. 사회의 쓰레기만 골라 분리수거하니까. 선배인 발레(김민준)의 룰을 정하라는 충고를 받고 세운 원칙이다. 작업 후에 독한 술을 마시러 가는 바에는 그에게 키스 공세를 퍼붓는 그녀(윤지혜)가 있다. 말이 없는 킬라를 좋아하는 그녀와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어느 날 킬라와 발레는 재래시장 재개발로 폭리를 취하려는 놈들을 제거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제목만 보고 통쾌한 사회고발극일 거라 생각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킬라의 살인은 거의 결론만 보여준다. 이 영화는 킬라 개인의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말하고자 하는 바가 관객에게 선명하게 전달되기는 쉽지 않다.

킬라가 직접 하는 대사는 단 한 마디. 그의 속마음을 말해주는 나레이션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한 인물의 내면을 온전히 따라가는 재미는 있다. 킬라는 냉정한 프로 살인기계이면서도 아이를 보면 맘이 약해지며, 스페인에 가서 투우사가 되고 싶어하는 낭만에, 너무도 진지하게 초등학교 1학년생 수준의 시를 쓰는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러나 결국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비주류의 인간일 뿐이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두 구체적인 이름이 없다. 상처받고 소외된 비주류지만 나름의 행복을 꿈꾼다.

영화의 주된 코믹 요소는 발레가 아니고 벌레 피그말리온? 피를 말리겠군과 같은 말장난들이다. 배꼽을 잡고 웃거나 정말 썰렁하다고 느끼거나 극단의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감독이 의도했던 것은 비주류의 슬픈 인간들이 겪는 아픈 상황을 비틀린 농담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고.

부조화스러운 유머로 흐르던 영화는 후반부에 갑자기 신파가 되는데 관객이 몰입하기가 힘들다. 코믹에 느와르에 신파 멜로까지 섞여 서로 겉도는 느낌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도 수십 가지 감정을 전달하는 신하균은 대사가 없어도 충분히 연기가 된다는 걸 보여준다. 소화도 시킬 겸 운동 한 번 할래? 어른들이 하는 운동하고 도발적으로 말하는, 윤지혜의 눈빛도 좋다. 18세 이상. 24일 개봉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