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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하려다 산만의 늪으로 풍덩

Posted May. 11, 20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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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 공필두(이문식)는 가공할 무능력으로 일관하는 경찰서의 골칫거리. 마흔 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한 그는 홀아버지(변희봉)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결혼엔 관심이 없다.

어느 날 아버지가 쓰러진다. 공필두는 수술비를 빌리려 조직폭력배 2인자인 태곤(김수로)을 찾아가지만, 오히려 태곤에게 속아 비리 형사의 누명을 쓴다. 공필두는 태곤을 붙잡기 위해 태곤의 애인인 민주(김유미)의 뒤를 쫓는다.

11일 개봉되는 영화 공필두는 MT(친목도모 수련회)를 떠난 대학생들이 끓여내는 정체불명의 찌개를 닮았다. 여기저기서 가져온 재료를 죄다 넣고 끓이다보니 원래 무슨 찌개를 만들려 했는지 알쏭달쏭해 지는 것이다.

이 영화에선 등장인물들이 홍수를 이룬다. 변희봉, 김수미(공필두 아버지의 여자친구), 김수로, 김갑수(공필두 직장상사), 김뢰하(사채업자) 등 이름만으로도 미더운 성격파 배우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이런 캐스팅은 아마도 극적 재미를 더함과 동시에, 이번 영화로 단독 주연을 처음 맡은 배우 이문식을 측면 지원하려는 사려 깊은 장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공필두의 에피소드들은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엔 길을 잃고, 달뜬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와 찰싹 달라붙지 못하고 스크린 위를 떠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들면 들수록 이야기의 공백은 거꾸로 더 극심해지는 풍요 속 빈곤. 공필두에 얽힌 에피소드, 공필두 아버지의 에피소드, 태곤의 에피소드, 태곤의 애인에 관한 에피소드, 조폭들의 에피소드는 구심력을 상실한 탓에 접착력을 잃고 흩어진다.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려 하기 전에, 어떤 얘기를 말할지를 좀더 생각했더라면 한층 좋았을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를 만든 공정식 감독의 연출작. 15세 이상.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