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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매트릭스 치료법을 아시나요?

정신분열증 매트릭스 치료법을 아시나요?

Posted May. 30, 2005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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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증 환자 박모(26) 씨는 3년을 꼬박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 가지 일에 잠깐이라도 집중하지 못한다. 모의 사회적응 훈련조차 어려워하는 박 씨에게 가상현실 훈련법이 처방됐다.

사이버 정신분열증 클리닉에서 디스플레이 헬멧을 쓴 박 씨. 눈앞의 어둠이 한순간에 밝아지더니 입체 영상이 나타난다. 의사는 모니터와 환자를 지켜보며 상황을 설정한다. 우선 가상공간 속 인물에게 접근해 대화를 시도하는 기본 훈련이 시작된다.

박 씨가 걷기 버튼을 누르고 가상공간 속 인물에게 접근한다. 지나치게 다가서자 부담스럽다는 음성 메시지가 들린다. 뒷걸음질해 적당한 거리로 떨어진다. 한참 동안 말하기 버튼 누르기를 주저하는 박 씨. 결국 가상 인물이 먼저 환자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은 앞에 있는 빈 의자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상황 테스트. 확인절차 없이 의자에 앉자 곧 자리 임자가 나타나 화를 낸다. 2차 시도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를 선택하자 의자에 앉고 싶은 주변의 다른 가상 인물들이 불편한 눈치를 보낸다.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경기 광주시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의 가상현실 클리닉에서는 가상현실로 훈련 받는 이런 프로그램이 매일 진행된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정신분열 전문 사이버 클리닉이다. 정신건강병원 정신과 김재진 교수팀과 한양대 의공학교실 김인영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가상현실 인성()재활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가상현실 안에서 다양한 전투훈련을 받는다. 가상현실 클리닉의 환자는 의사가 설정하는 가상현실에 들어가 현실적응 훈련을 받는다. 중추신경에 연결되는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에 비해 사실감이 떨어지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주어진 상황에 대해 적절한 답을 고르면 다음 과제로 넘어간다. 틀린 답에는 그에 상응하는 난처한 후속 상황이 전개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환자가 스스로 행동을 교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의사는 시시각각 환자의 반응을 기록하고 분석한다. 어떤 상황이 주어진 후 걷기나 말하기 등 응답 버튼을 누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환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 시간 기록이 환자의 상황해결 능력을 판단하는 객관적 자료가 된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는다=국내 가상현실 정신치료는 1998년 공포증 등 증상이 약한 질환의 치료에 처음 도입됐다. 환자에게 문제가 될만한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해 환자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것. 비행공포 환자를 위한 가상 비행기 실내 환경, 고소공포 치료를 위한 가상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가상현실 치료를 받는 공포증 환자는 실제 환경에서처럼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나 가상 환경에 노출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상태는 좋아진다. 훈련 중 환자 상태가 갑자기 불안정해질 경우 전원 조작으로 즉시 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전하다.

정신분열증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치료도 어렵다. 약물 치료가 많이 사용되는데 보통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억제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그러나 약물이 다른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 정신치료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없다.

김재진 교수는 현재 입원 중인 20여 명의 환자에게 가상현실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며 거부반응 없이 대부분 흥미를 갖고 참여하고 있으며 훈련성과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신분열증 오해와 진실 사이

20대 초반의 여성이 늦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어두운 방안을 서성이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중얼거린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현실 세계에서 결코 드물지 않은 모습이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은 우리나라 인구의 1% 정도가 경험하는 정신질환. 우리나라 정신병원 입원자의 3분의 2 이상이 정신분열증 환자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년기에 생긴 뇌 이상,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환경, 가족과의 관계, 호르몬 결핍, 대사 장애, 뇌를 위축시키는 물질 분비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환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지만 사고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토막토막 끊기는 것이 뚜렷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기분과 생각에 일관성이 없고 극단적으로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쏟아내기도 한다. 자기 세계 안에 파묻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자폐 경향도 보인다.

현실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믿는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그에 따른 환각과 환청도 많이 나타나는 증상. 내 귀에 도청장치가 달려있다며 TV 뉴스화면에 뛰어들었던 남자의 이야기는 정신분열로 인한 피해망상의 유명한 사례다.

뚜렷한 행동 변화와 달리 성격이 변하는 것처럼 서서히 나타나는 증상도 있다. 말을 잘 하던 사람이 말이 점점 어눌해지거나 감정 표현이 둔해지고 매사에 무기력하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정신분열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도움과 설득이다. 환자가 자신의 정신질환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입원 후 약물과 사회기술훈련 등 체계적인 치료를 단기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초기에 짧게 입원할수록 사회복귀가 쉽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경수 교수)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