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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지 오웰 100년

Posted June. 24, 20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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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몰카(몰래카메라)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요즘은 카메라폰(카메라 달린 휴대전화)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혈기왕성한 사춘기 학생들은 교사가 체벌하는 현장을 비롯해 여교사나 여학생들의 치마 속을 몰래 찍어 사단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침내 목욕탕 수영장 등에 카메라폰 반입을 규제하는 법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언제부터인가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자리 잡았다. 100년 전 오늘 탄생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 속 빅 브러더가 공권력에 의한 감시체계로부터 이젠 개인의 개인에 대한 감시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그는 권력 자체를 철저히 부정한 자유인이었다. 자본주의와 그 극단인 제국주의, 그리고 공산주의에도 반대했다. 소설 동물농장과 1984년은 우리나라에선 반공문학처럼 소개됐지만 사실은 시대와 사회배경을 초월해 전체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모든 권력에 대한 통렬한 풍자로 읽힌다. 말과 행동이 낱낱이 감시되는 북한은 물론, 개인정보가 중앙에서 관리되는 전자정부도 여기 대입될 수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중동계 이민자의 사생활을 구속하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조지 오웰은 세상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 못지않게 신조어를 만드는 능력도 탁월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냉전(cold war)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이 조지 오웰이었다. 1984년의 공식 언어인 신어(Newspeak)는 사람들이 가급적 뇌를 쓰지 않고 목구멍만으로 말하도록 왜곡시키는 게 특징이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에 속하는 모든 말을 뜻하는 죄사상(crimethink)이란 신어 덕분에 이제 똑같은(equal)이라는 단어가 정치적으로 평등하다는 뜻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없게 됐다. 정치언어란 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지금 현실세계에서도 적용된다. 가격인상 대신 가격현실화라고 하는 것이나, 강경노조에 굴복했다는 말 대신 대화와 타협을 했다는 것이 사례들이다.

빅 브러더와 통제권력을 증오했던 그 조지 오웰도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영국 정보조사국에 협조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 탄생일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셀리아 커완이라는 미모의 정보조사국 정보요원의 부탁으로 찰리 채플린, EH 카 등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인물 38명의 명단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최근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한 것이다. 그것도 죽음을 맞기 1년 전 그런 일을 했다니, 글쎄 어떤 신념이나 가치체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뜻인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