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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화려한 문화 작품

Posted March. 06, 2018 07:43,   

Updated March. 06, 20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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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폭의 거대한 병풍 안에 동자(童子)들이 부귀한 저택을 배경으로 노닐고 있다. 제기차기와 연날리기, 닭싸움을 하는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14일 열리는 제1회 동아옥션에 출품된 ‘백동자도 12곡병’의 모습이다. 지금껏 6∼10폭의 병풍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12폭의 거대한 병풍이 우리나라 경매에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시대 왕실 혼례에 사용된 것으로 주로 세자의 침소에 배치됐다. 화려한 장식성과 고급 비단에 채색된 것으로 볼 때 조선 왕실 화원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번 동아옥션에서는 출품된 다양한 고문서와 미술품을 통해 조선시대의 고풍스러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쓴 원본 편지도 눈에 띈다. 

 “내 나이가 이처럼 많으니 남에게 정절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1820년 8월 3일 다산이 쓴 편지에는 그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당시 다산은 전남 강진에서의 오랜 유배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경기 남양주로 귀향했다. 그가 강진에 있을 때 만난 첩과 그 사이에 낳은 딸로 인해 본처와 갈등을 겪는 상황을 토로한 것이다. 수신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편지를 검토한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첩으로 인해 집안에 분란이 생기면서 다산이 겪은 곤혹스러운 상황이 녹아있다”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다산과 관련한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동아옥션에는 다산의 아버지인 정재원과 손자 정대무가 쓴 편지도 함께 출품됐다.

 조선시대 작품 중 보기 드문 12폭 수렵도도 공개된다. 17세기 후반∼18세기 초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그림은 등장인물들이 청나라 사람으로 보이지만 산수 배경은 조선의 모습이다. 수렵이 중요 생활수단이었던 고구려 때까지는 다양한 수렵도가 남아있지만 농경 사회였던 고려와 조선시대에선 수렵도를 찾아보기 힘들어 희귀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정병모 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청나라의 영향력이 강해진 조선 후기에 들어서 조선에서도 수렵도가 유행했다”며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수렵도의 시초격으로, 작품성과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선조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도 다양하다. 24절기별 일출·일몰처, 적도와 황도, 남북귀선이 표시돼 있는 ‘지구전후황도남북항성합도’와 1899년 전남 31개 군의 풍속과 지리를 상세히 담은 ‘전라남도각군읍지’ 책 등이 공개된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