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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투란도트’ 린드스트롬 “투란도트만 150회...”

‘현존 최고 투란도트’ 린드스트롬 “투란도트만 150회...”

Posted December. 05, 2017 07:32,   

Updated December. 05, 201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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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미쳤군요.”

 세계적인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52)은 1999년 우연히 나간 오디션으로 인생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휘자가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주문하자,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린드스트롬은 지휘자가 무례하다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지휘자는 “앞으로 또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크게 빛을 보지 못하던 그에게 2003년 그 지휘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투란도트 무대에 서 주세요.” 이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란도트로 꼽히는 린드스트롬이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콘서트 버전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출연한다. 그는 투란도트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이탈리아 라스칼라, 영국 코번트가든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섰다. 한국 공연은 처음이다. 특히 그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에 등장하는 빈필하모닉 ‘투란도트’ 공연 장면에 나와 대중적으로도 얼굴을 알렸다.

 공연을 앞두고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투란도트 공연만 150회 이상 했다. 극중에서 투란도트가 차갑고 냉혹해 보이지만 사실 나처럼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라고 말했다. 찌르는 듯한 강한 소리와 깨끗한 발음은 물론 182cm의 큰 키에 날씬한 외모를 가진 그는 ‘얼음공주’라 불리는 차가운 이미지의 투란도트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사실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재능이라 생각한다”라며 “여기에 날씬한 몸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내 목과 몸을 악기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라고 했다.

 투란도트 외에도 엘렉트라, 살로메, 브륀힐데 등 다양한 작품에서 배역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극장들은 투란도트로 그를 찾고 있다. 그는 “숱하게 투란도트로 무대에 섰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감정이 달라지고 새롭다. 단 한번도 투란도트를 다 알게 됐다고 느낀 적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투란도트를 더 깊이 알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투란도트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드러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늦게 빛을 봤다고 하지만 나는 조금 더 기다렸을 뿐이다. 투란도트가 내 인생을 바꾼 것은 사실이고, 투란도트는 물론 모든 무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상대역인 칼라프 왕자 역에는 7월 코번트가든에서 호흡을 같이 맞췄던 테너 박성규, 시녀 류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출연한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