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THE DONG-A ILBO Logo

트럼프를 국악에 반하게 만든 두 남자

Posted November. 27, 2017 08:21,   

Updated November. 27, 2017 08:45

ENGLISH

 “청와대 만찬 공연을 열흘 앞두고 의뢰를 받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주저 없이 ‘국악 신동’ 유태평양을 섭외했죠.”(정재일 음악감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 첫날인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의 축하공연은 봉준호 감독의 넷플렉스 영화 ‘옥자’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정재일(35)과 가수 박효신(36), 국립창극단 소리꾼 유태평양(25), KBS 교향악단이 꾸렸다. 박효신은 정재일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야생화’를 불렀고 유태평양은 사물놀이 장단에 맞춰 ‘비나리’(고사를 지낼 때 부르는 노래로 앞길의 행복을 비는 노래)를 구성지게 불렀다.

 각기 다른 분야의 이들을 한데 모은 데는 음악감독 정재일의 역할이 컸다. 22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정재일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와 양악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명확히 콘셉트를 잡은 정재일은 군대에서 작곡병과 연예 병사 인연으로 만난 가수 박효신,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호흡을 맞춘 국립창극단 유태평양을 급히 섭외했다.

 정재일은 “지난해 ‘트로이의 여인들’ 초연 공연을 앞두고 고사를 지냈는데 유태평양이 직접 꽹과리를 치며 ‘비나리’를 했다”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잘하는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바라며 유태평양의 비나리를 꼭 축하공연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유태평양은 1998년 여섯 살의 나이로 3시간 30분 길이의 ‘흥부가’를 완창(국악계 최연소 기록)해 ‘국악 신동’으로 불린 소리꾼이다. 유태평양의 공연을 지켜본 두 정상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재일과 함께 만난 유태평양은 “사실 비나리 공연 초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웃으면서 박수도 치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셨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연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며 ‘생큐 생큐’를 연발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하하.”

 정재일은 유태평양이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연이 끝난 뒤 들은 이야기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태평양의 공연을 지켜본 뒤 ‘비나리 가사의 내용이 무엇이냐’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큰 관심을 보였대요.”

 정재일과 유태평양은 다음 달 3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음악감독과 고혼 역으로 다시 만난다. 유태평양은 안숙선 명창과 함께 ‘고혼’ 역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2만∼5만 원. 02-2280-4114



김정은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