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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KIA클래식서 우승한 지은희

Posted March. 27, 2018 08:10,   

Updated March. 27, 2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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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인원을 8번 했는데 이번처럼 우승하고 부상까지 받은 건 처음이네요.”

 우승 후 2시간가량 렌터카를 몰고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한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바쁘게 움직이느라 저녁은 고속도로 나들목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타코로 때웠지만 마음만큼은 진수성찬으로 꽉 찬 듯했다. 2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우승한 지은희(32·한화큐셀)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14번홀(파3·166야드) 티박스에 올랐을 때 그는 1타 차 불안한 선두였다. 7번 아이언으로 한 티샷은 핀 60cm에 떨어진 뒤 스르르 굴러 컵 안으로 사라졌다. 프로선수도 2500분의 1 확률에 불과하다는 홀인원이,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것이다. 3타 차로 달아난 지은희는 최종 합계 16언더파를 기록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결과론이지만 공동 2위 크리스티 커, 리젯 살라스(이상 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으니 홀인원이 없었다면 우승은 힘들었을지 모른다.

 상금 27만 달러(약 2900만 원)에 홀인원 부상으로 KIA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1대와 우승 부상으로 KIA 스포츠세단 스팅어 1대까지 챙겼다. 시상식에서 자동차 열쇠 2개를 받은 지은희는 “마이애미 집에 SUV 한 대를 갖고 있다. 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 좀 해봐겠다. 아마 스팅어를 탈 것 같다”며 웃었다.

○ 이유 있는 홀인원

 지은희 아버지는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지영기 씨(63)다. 지 씨는 “5세부터 수상스키를 탄 은희가 어려서부터 강심장을 지녔다. 골프 할 때도 잘되든, 안 되든 핀을 직접 공략하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골프 입문 후 지은희는 마땅한 연습장이 없어 아버지가 수상스키 아카데미를 하던 북한강에 거리를 표시한 스티로폼 부표를 설치해 놓고 아이언 샷을 연마했다. 지은희는 “7번 아이언 거리인 150야드에 특히 자신 있다. (홀인원 상황에 대해) 오늘은 내리막에 145야드를 보고 뒷바람을 감안했다. 맞는 순간 감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지은희의 그린 적중률은 100%였고 페어웨이를 단 한 번만 놓쳤다.

○ 브라보 맏언니

 지은희는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 2009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8년 동안 무관에 그치다가 지난해 대만 스윙잉 스커츠 챔피언십에서 3025일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지은희는 “스윙 교정에 실패하며 슬럼프가 길어졌다. 골프를 관두려 했으나 우승 한 번 더 하고 은퇴하자며 독하게 마음먹었다. 지난해 우승으로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워낙 어린 선수들이 잘 쳐 내 또래는 골프를 관둘 시기로 간주된다. 30대 선배들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우승 축하 메시지를 200통 가까이 받았다는 지은희는 최근 퍼팅이 안 돼 하루에 3시간씩 집중적인 훈련을 했다. “김효주, 김지현 등 후배들에게 내 퍼팅 좀 봐달라고까지 하면서 도움을 받았어요. 한 턱 내야죠.”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6개 대회에서 3승을 합작했다. 지난주 박인비(30)에 이어 2주 연속 30대 챔피언이 나왔다.

 지은희의 별명은 미키마우스다.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이 닮았고, 하얀 얼굴에 검은 옷을 즐겨 입어 붙었다.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 해피 엔딩이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