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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정현 신드롬’

Posted January. 27, 2018 07:21,   

Updated January. 27, 20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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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조코비치’ ‘성장하는 교수님(안경 쓴 정현을 교수에 빗댄 표현)’….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2·한국체대)이 세계 4대 메이저인 호주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뉴욕타임스와 CNN 등이 그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정현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정현이 16강에 꺾은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견줬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정현으로선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다.

 그만큼 정현의 활약은 지구촌 테니스계에서 화제를 몰고 오고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활약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랭킹을 정하기 때문에 랭킹에 따른 실력 차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58위 정현이 14위 조코비치를 꺾은 것은 엄청난 이변인 것이다.

 외신들은 이런 정현을 비롯해 21세에 세계 4위에 오른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23세 닉 키리오스(호주·17위), 19세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50위) 등을 향후 테니스계를 이끌어갈 샛별로 소개하고 있다.

 2000년대를 주름잡은 ‘테니스 빅4’ 중 이번 대회 4강에 든 건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 단 한 명뿐이다. 라파엘 나달(스페인·1위)과 조코비치, 앤디 머리(영국·19위) 등 나머지 천왕들은 부상 등의 이유로 조기 탈락하거나 대회에 불참했다. 모두 2004년 2월부터 메이저대회에서 번갈아가며 왕좌에 올랐던 최강자이다. 4강에서 이들이 대거 빠진 호주오픈은 테니스계의 지각 변동을 알리는 대회가 됐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준결승에 진출하며 이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정현은 테니스계의 새바람을 이끌 선두 주자로 꼽힌다. 이미 지난해 ATP가 젊은 선수를 발굴할 목적으로 개최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정상을 밟은 정현이다. 정현은 당시 22세 이하 상위 랭커 8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32위) 등 주목받는 유망주를 여럿 꺾었다.

 기존 4대 천왕의 정현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페더러는 8강전 승리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새 얼굴을 보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다. (정현의 등장은) 인상적이었고 새 스타의 출현이다”고 말했다. 조코비치 또한 정현과의 경기 직후 “2년 전과 비교해 정현은 크게 성장했다. 특히 체력이 좋아졌고 큰 무대 경험도 쌓여 자신감이 넘쳤다”며 “정현은 세계 톱 10에 들 만한 경기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츠베레프는 32강전에서 비록 정현에게 패하긴 했지만 이미 ATP투어 대회에서만 통산 6차례 우승한 정상급 선수다. 19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속 209km에 달하는 서브와 양손 백핸드가 일품인 선수로 평가받는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117승(70패)을 거둔 그는 지난해 11월엔 세계랭킹 3위에 들기도 했다.

 키리오스 또한 천재성을 드러내는 새 주자. 츠베레프와 같은 해에 프로에 데뷔해 110승(62패)을 기록했다. ATP투어에서도 4차례 정상을 밟았고, 2014년 윔블던과 2015년 호주오픈에서 각각 8강에 올랐다. 그는 ‘코트의 악동’이라 불릴 정도로 별난 행동과 폭언 등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샤포발로프는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차세대 주자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한다. 프로 데뷔 연도인 지난해 8월 로저스컵에서 그는 나달을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그해 US오픈에서도 16강에 오르며 가장 어리면서도 무서운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