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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홍 “중3 정현의 첫인상,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

주원홍 “중3 정현의 첫인상,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

Posted January. 26, 2018 08:10,   

Updated January. 26, 20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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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얘기하면 그렇지만 뻔뻔해서 뽑았다. 국제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뻔뻔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62)은 정현(22·한국체대)이 사상 최초로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에 오르자 “해낼 줄 알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현의 오늘이 있기까지 주 전 회장도 큰 역할을 했다.

 “정현이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데려와서 봐달라고 했다. 당시 해외 테니스 아카데미에 가서 완전히 폼이 망가진 상태였다. 원래 잘하던 애라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대담한 성격이 일 한 번 낼 것 같았다.”

 주 전 회장은 한국 테니스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박성희 윤용일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그리고 정현까지. 모두 주 전 회장이 발굴해 키웠다. 1990년도 초반부터 사재를 털어 가며 가르쳤다. 박성희는 세계여자테니스(WTA) 랭킹 57위까지 올랐고 이형택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랐다.

 주 전 회장은 정현을 삼성의 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줬다. 당시 삼성증권 김일순 감독과 윤용일 코치에게 “제대로 키워 보라”고 부탁했다. 삼성이 지도한 뒤 1년 반 만인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준우승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6년 극심한 슬럼프가 왔을 때는 투어에 나가지 말고 기본부터 다시 잡으라고 조언했다.

 “정현은 치아가 부정교합이었다. 그러면 다른 관절에도 문제가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와일드카드로 투어에 나가서 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져 있었다. 쉬면서 관절 치료를 받게 했다. 전북 전주에 전문가가 있어 그곳으로 보냈다. 테니스 스타 출신으로 심리학 박사인 박성희에게 심리 치료도 부탁했다. 폼도 기본부터 다시 잡도록 했다. 그렇게 4개월 정도 하니 되살아난 것이다.”

 주 전 회장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계속 메이저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뛰는 양이 많아지면서 부상 위험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버텨줄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969년 친구 따라 테니스를 시작한 주 전 회장은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가대표 한 번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도자로선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바꿨다. 1983년 미국 유학을 떠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도법을 익히고 돌아와 후배들을 키운 것이다. 주 전 회장은 “지적 능력을 키우지 않는 운동선수는 한계에 부딪힌다.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공부하는 운동선수’도 강조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공부하라”는 주 전 회장의 권고에 정현은 영어도 잘한다. 주 전 회장은 “해외에 나가서 영어를 못하면 주눅이 들 수 있다. 언어 하나가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