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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멍군”…스켈레톤 2차 월드컵 금메달

윤성빈 “멍군”…스켈레톤 2차 월드컵 금메달

Posted November. 20, 2017 07:26,   

Updated November. 20, 20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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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실력으로…(보이겠습니다).”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 월드컵 출전을 위해 출국 준비를 하던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 윤성빈(23)은 담담한 표정으로 남다른 패기를 드러냈다. 그가 밝힌 자신의 최고 강점은 ‘잘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스켈레톤의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 앞에서도 당차게 레이스를 펼치겠다는 다짐에는 힘이 실렸다

 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윤성빈은 19일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봅슬레이 스켈레톤 월드컵에서 1, 2차 합계 1분37초32의 기록으로 두쿠르스를 0.63초 앞지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금메달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6∼2017시즌 1차 대회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 1차 대회에선 두쿠르스에게 0.11초 차로 뒤져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을 완벽하게 설욕했다.

 4년 전 윤성빈이 처음 스켈레톤에 입문할 때만 해도 두쿠르스는 넘기 힘든 산처럼 보였다. 두쿠르스는 10년 넘게 스켈레톤 1인자로 군림한 전설. 지난주 월드컵 개인 통산 49회 우승을 달성했다. 윤성빈은 그를 동경하면서도 그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땀을 쏟았다. 윤성빈은 “세계의 벽(두쿠르스)이 높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진 않았다”며 “땀 흘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아 보이기만 하던 그가 어느새 어깨를 견줘볼 만큼 가까이에 있더라”고 말했다.

 상체·하체 비율 ‘6 대 4’의 몸은 두쿠르스를 따라잡기 위해 그간 윤성빈이 공을 들인 노력의 결정체다. 70kg 초중반에 머물던 그의 몸무게는 스켈레톤 입문 이후 85kg을 유지하고 있다. 배가 불러도 억지로 음식을 넘겼고, 이를 근육으로 바꾸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그렇게 몇 년을 가다듬은 결과 이젠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켈레톤에 최적화된 몸매”라는 평가를 듣게 됐다. 윤성빈은 “체격 조건만 따져도 유럽 선수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솔직히 일반인으로 치면 좋은 몸매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렇게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윤성빈은 세계 최강자인 두쿠르스의 숙적으로 올라섰다. 과묵하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독종 기질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할 성과다. 윤성빈과 두쿠르스는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렉산드르 트레티야코프(32·러시아)와 함께 평창 겨울올림픽의 유력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윤성빈과 두쿠르스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장군 멍군’을 부르며 팽팽한 기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2016∼2017) 월드컵에서 둘은 각각 금 1·은 3개(윤성빈), 금 4·은 1개(두쿠르스)를 따냈다. 경력만 보면 물론 두쿠르스가 한 수 위지만 윤성빈이 상승세에 홈 트랙의 이점까지 안고 있어 올림픽 금빛 레이스의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다.

 윤성빈의 꿈은 내년 평창에서 새로운 전설이 되는 것이다. 그는 월드컵 2차 대회 금메달을 통해 그 청사진의 불을 밝혔다. 경쟁자 두쿠르스 또한 평창에서 생애 첫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다짐하고 있다. 아직 어린 윤성빈에게 그 피 말리는 싸움을 승리로 이끌 뚝심이 있을까.

 “음…, 전 자신감 하나로 먹고사는 스타일이라서요!(웃음)”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