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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

Posted July. 18, 2018 07:39,   

Updated July. 18, 201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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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전 세계 국가는 명목화폐(Fiat Money)를 쓴다. 라틴어에서 온 ‘fiat’는 ‘되도록 하라’는 뜻. 과거 쌀과 같은 실물화폐 대신 국가가 보증하니 ‘돈이 되도록 하라’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중앙은행이 수조 달러의 돈을 ‘찍어냈다’는 말 역시 은유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신용을 담보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전 세계의 온라인 금융망에 숫자를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 화폐는 이제 지폐나 동전 같은 물질의 ‘입자’가 아닌 디지털상의 0과 1로 표현되는 ‘파동’으로 거래된다.

 ▷2007년 케냐 통신기업 사파리콤과 영국 보다폰이 만든 엠페사는 휴대전화의 모바일 계좌에 돈을 보관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아프카니스탄 경찰은 월급이 30% 늘었다. 경찰 수뇌부가 일부를 빼돌리고 지급했던 현금을 정부가 모바일 계좌로 직접 준 덕분이다. 이런 서비스는 개발도상국에서 부패를 줄이고 조세수익은 늘렸다. 현금은 부패와 탈세의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모바일 머니는 기록이 남아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16일부터 103곳으로 확대한 스타벅스코리아는 기존 3곳에서 시범운영한 결과 현금 거래율이 0.2%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현금을 정산하는데 걸리던 월평균 약 25시간은 서비스 강화에 활용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통화까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인 스타벅스가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은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는 금융거래가 드러나길 원하지 않는 개인이나 현금 사용이 익숙한 노년층 등에게 마냥 반갑지 않다. 모바일 결제의 천국인 중국의 인민은행조차 13일 “현금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법정 화폐인 인민폐의 지위를 손상시키고 소비자 선택권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독점적 화폐발행마저 거부하는 가상통화가 등장한 요즘, 화폐의 변신은 불가피하더라도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필요하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