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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메신저 ‘텔레그램’

Posted March. 07, 2018 07:55,   

Updated March. 07, 20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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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9월 국내 누리꾼 사이에 ‘사이버 망명 사태’가 일어났다.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한 검찰이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그룹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다. 독일에 서버가 있어 한국 사정당국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데다 보안도 뛰어난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한 달여 만에 한국인 100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기능’을 이용해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 정무비서와 대화해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이 시기를 전후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밀대화 기능을 쓰면 본인이 보낸 메시지를 1초“1주일 등 시간을 정해 상대방의 대화방에서 자동 삭제가 가능하다. 비밀대화 도중 화면을 캡처하면 대화방에 ‘“님이 화면을 캡처했습니다’라는 문구도 뜬다. 만에 하나, 검찰이 서버를 압수수색 하더라도 대화 내용을 엿볼 수 없도록 하는 기술도 깔려 있다. 정치인이나 범죄단체들이 텔레그램을 애용해온 이유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브콘닥테’를 설립한 개발자 파벨·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러시아 당국의 검열에 반발해 2013년 독일에서 만든 비영리 모바일 메신저다. 텔레그램 측은 정기적으로 수억 원의 상금을 내건 해킹 콘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뚫린 적이 없다. 이슬람 신정(神政)국가인 이란에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4000만 명이 텔레그램을 사용할 정도다. 이란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텔레그램은 허용했지만 1월 반(反)정부 시위대의 도구로 활용되자 전격 차단했다.

 ▷안 전 지사가 텔레그램으로 피해자와 대화를 나눈 것도 비밀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대화의 대부분은 비밀대화의 자동 삭제 기능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일반 대화방에서 이뤄졌고 이 기록이 남아 결국 세상에 공개됐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남은 대화가 성범죄의 간접증거가 됐다. 최신 기술을 동원해 보안을 유지하려해도 비밀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