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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신만의 얘기를 만드는 과정

Posted February. 27, 2018 07:51,   

Updated February. 27, 20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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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뭇과의 늘푸른큰키나무인 전나무는 젓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줄기에 우윳빛의 액이 나와서 붙인 이름이다. 1527년 최세진의 ‘훈몽자회(訓蒙字會)’와 1820년경 유희(柳僖)의 ‘물명고(物名攷)’ 등에서는 전나무를 한자 회(檜)로 표현했다. 경북 성주군의 회연서원(檜淵書院)은 전나무를 회로 표시한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 중기 문신 한강 정구(1543∼1620)를 모시는 회연서원처럼 성리학의 상징 나무를 전나무로 사용한 사례는 아주 드물다. 정구가 제자를 가르친 경북 김천시 대덕면 가례리의 석곡서당 앞에도 아주 늠름한 두 그루의 전나무가 있다.

 전나무는 느티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나무다. 전나무는 재질이 좋아 예로부터 건축재, 특히 기둥재로 많이 사용했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수다라장, 경남 양산시 통도사와 전남 강진군 무위사 기둥의 일부도 전나무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전나무가 많이 있지만 특히 사찰에서 아름다운 전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강원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은 전국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월정사의 전나무 숲은 계곡과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나는 어느 이른 봄날 새벽에 혼자서 눈을 밟으면서 전나무 숲길을 걸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전북 부안군 능가산 내소사 입구의 전나무 숲도 내소사 대웅전 꽃살문만큼 아름답다.

 우리나라 전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 등과 함께 신목(神木)이다. 경남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의 ‘학사대(學士臺) 전나무’(천연기념물 제541호)는 신라시대 학림학사 출신의 고운 최치원이 심었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다. 이는 그가 가야산에서 신선이 됐다는 전설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치원과 관련한 전나무의 전설은 단순히 나무의 신령스러움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와 인간의 생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학사대 전나무는 최치원의 존재를 이해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나무다. 학사대 전나무는 후세 사람들의 최치원에 대한 최고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해인사 홍류동 근처의 학사당(學士堂) 앞에도 최치원을 기리는 전나무가 있다. 이처럼 최치원의 삶은 나무와 함께 계승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만의 얘기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자신만의 얘기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역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