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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다”

Posted January. 27, 2018 07:21,   

Updated January. 27, 2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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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 쪽짜리 서면 보고서조차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해서 논란이 됐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면 보고에서는 격렬한 토론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거의 매일 백악관으로 가서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한다”고 밝혔다. 보고 시간은 30“40분 정도로, 두 사람은 밤새 일어난 현안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유영하 변호사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경찰, 민정수석 등으로부터 최순실 씨에 대한 보고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왜 아무도 최씨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눈과 입이 되어야할 기관과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셈이다.

 ▷그러나 그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기 전에 박 전 대통령 스스로 그런 정보차단 상황을 자초한 것은 아닐까. 박 전 대통령은 대면보고 자리에서 자신이 듣기 불편한 얘기가 나오면 짜증과 역정을 냈다고 전하는 이들이 많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에게 ‘정부 조직 개편은 국무위원, 반대 세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내가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며 역정을 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때 무시무시한 레이저 눈빛도 동반되었을 것이다. 정윤회 씨의 동향과 국정 개입 의혹을 정리한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보고서를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현재같은 영어의 신세까지 이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대면 보고 대신 서면 보고에 집착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서면 및 전화 보고만 받았다. 그러다보니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청와대를 두고 구중궁궐이라고 한다. 겹겹의 사람 장막으로 인해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의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최고 권력자가 우선 귀를 열어야 한다.


이 광 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