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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핵가방과 ‘명령 거부’

Posted 2017-11-20 07:26,   

Updated 2017-11-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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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 소련이 쿠바에 장거리공격용 미사일기지를 건설하려 하자 미소(美蘇) 양국은 일촉즉발의 위기에 휩싸였다. 10월 27일 아침 소련과 핵전쟁을 눈앞에 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머릿속엔 화재와 독극물, 혼돈과 재앙으로 파괴된 지구의 처참한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케네디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갈등을 기록한 ‘0시 1분 전’의 저자 마이클 돕스는 당시 케네디의 번민을 시간대별로 전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중위로 태평양에서 어뢰정을 지휘한 케네디가 체험한 전쟁은 백악관이나 펜타곤에서 바라본 것과 달랐다. 일본 군인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 했지만 미군 병사들은 살아남으려 기를 쓰는 게 역력했다는 점을 느꼈다. 케네디는 또 1962년 초 역사가 바버라 터크만이 펴낸 1차대전 기록서 ‘8월의 포성’에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전쟁 후 독일의 후임 총리가 전임 총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따지자 전임 총리는 “아, 이럴 줄 그때 알았다면…”이라며 후회했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이 책과 자신의 경험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았다.

 ▷미국 대통령의 핵 공격 암호는 ‘풋볼(the Football)’이라 불리는 검정색 서류가방에 담겨 있다. 무게 20kg인 가방엔 핵공격 옵션 매뉴얼과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핵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통신장치가 담겨 있다. 대통령 승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몬태나 주와 다코타 주 북부 평원에 있는 사일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다. 적의 핵 공격 보고 후 대통령이 보복을 결정하는 시간은 불과 4분 남짓이다.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이 18일 “위법적이라고 판단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 공격 지시를 받더라도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즉흥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가 마치 트윗을 날리듯 핵 공격을 명령했을 경우 예상되는 지구적 재앙을 막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매일 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면서도 위법한 공격 명령은 수행할 수 없다는 하이튼의 말에서 55년 전 케네디의 고민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