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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협상술

Posted 2017-11-15 08:56,   

Updated 2017-11-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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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국립 중산(中山)대 린원청(林文程) 교수는 ‘중국 공산당 협상의 이론과 실무’라는 저서에서 무희문창(武戱文唱)과 사실 왜곡, 통일전선전술을 공산당의 주요 협상전술로 꼽았다. 무희문창은 중국 경극에서 무술 연기자에게 무술 동작만 하지 말고 노래와 춤으로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잘 표현하라고 주문할 때 쓰는 말이다. 중국 건국의 ‘10대 원수(元帥)’로 외교부장까지 역임한 천이(陳毅)는 “(전투 뿐 아니라) 협상도 혁명의 한 수단”이라며 협상을 무희문창, 즉 ‘입으로 하는 무술’이라고 표현했다.

 ▷공산당의 협상술은 본 협상 외에 협상 전은 물론 협상 후 전술이 숨어 있다고 한다. ①협상 전엔 강경한 어조로 협박하고 ②불리한 의제는 안건에서 빼며 ③협상 땐 모호한 문자로 의무를 회피하고 ④협상 뒤엔 문안을 임의로 해석하고 ⑤협상 상대의 분란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르고 2차례나 국공(國共) 합작에 응했던 국민당은 군사적 우세에도 패해 대만으로 쫓겨났다.

 ▷1992년 한중수교 협상을 했던 권병현 전 주중 대사는 당시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대만 및 북중 혈맹, 북한의 비핵화 안건을 꼽는다. 한국은 항일투쟁 시절부터 끈끈했던 국민당과의 관계를 강조했지만 중국은 끝내 대만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우리 역시 북중 혈맹 단절과 북한 비핵화 협조를 요구해 동의를 얻었지만, 수교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숙제로 남아 있다. 중국이 협상 때와 달리 의무를 회피해온 결과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한(中韓)은 얼마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데서 몇 가지 인식의 일치를 이뤘다”며 ‘한국이 노력해서 중한관계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사드 자체가 거론된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상기가 됐다”는 청와대 브리핑 결과와는 사뭇 달라 이면합의 논란이 일었다. 중국 특유의 ‘협상 후 전술’이 아닌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이면합의가 있었다면 우리 정부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