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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 봉송의 묘미

Posted November. 02, 2017 07:32,   

Updated November. 02, 20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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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의 위대함에는 프로메테우스와 불에 관한 얘기도 일조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이복동생인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이 갖고 놀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준 데 분노해 프로메테우스를 산꼭대기 바위에 묶어 두고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고통을 겪게 했다. 불은 신(神)적인 것이며 신적인 것 덕분에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는 경기장에 불을 피워놓았다.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을 희생하면서 인간에게 선물한 불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성화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한 올림픽에서는 재현되지 않다가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위해 어제 한국에 도착했다. 그리스 현지에서는 축구스타 박지성 선수가 봉송했고 국내 봉송의 첫 주자는 피겨스케이팅의 기대주 유영 선수였다.

 ▷성화 봉송은 개막식에 등장하는 마지막 주자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무하마드 알리처럼 국민적 영웅인 스포츠 스타가 맡는 게 관행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옹이 마지막에서 두 번째, 아시아경기 3관왕 임춘애가 마지막 주자를 맡았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가 유력한 후보다.

 ▷김연아는 평창 올림픽 홍보대사로 온갖 관련 행사에 등장하고 있어 마지막 주자까지 맡는다면 너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격이다. 2014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축구선수 펠레가 강력히 거론됐지만 마라톤 선수인 반데를레이 지 리마가 맡았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결승점 약 5km 앞에서 선두를 유지하던 중 아일랜드 출신 종말론 추종자에게 밀려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렸지만 결국 3위로 통과했다. 그럼에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동메달 획득을 기뻐했다. 서프라이즈를 주면서도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주자를 등장시킬 수 있다면 성화 봉송의 묘미는 더 클 것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