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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멍청함

Posted September. 09, 2017 07:21,   

Updated September. 09, 20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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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관영 런민일보의 자매지 환추시보가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완료하자 7일자 사설에서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를 먹어서 멍청해진 것인가’ 등의 격한 표현으로 한국을 비난했다. 멍청하다는 뜻으로 쓴 중국어는 우리 한자로는 호도(糊塗)에 해당한다. 우리가 덮어서 감춘다는 뜻으로 쓰는 호도를 중국인은 주로 총명(聰明)의 반대말로 쓴다. 일본식 표현으로 바꾸면 “김치를 먹어서 ‘바카야로(바보)’가 된 것인가”의 느낌이 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중국어판에 김치는 통상 밥과 함께 먹는데 칼로리가 적고 비타민 등이 많아 미국 건강잡지에 의해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첫머리에 소개돼 있다. 그런 김치가 중국인의 입맛에는 맵게 느껴져 중국인은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건강에 나쁘지도 않은데 먹어서 멍청해진다는 표현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을뿐더러 일본 산케이신문 같은 극우 신문에서나 보이는 혐오 감정의 배설이다.

 ▷김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만 먹는 게 아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먹는다. 진보좌파들, 바로 중국에 가서 굽신거리며 사드 배치를 욕하고 다닌 현대판 사대주의자들도 먹는다. 한국인 전체를 비난하지 않고 한국 보수주의자들만 찍어서 비난하고 싶었다면 김치를 먹어서 멍청해진다는 말만큼 부적절한 말도 없다. 사설은 본래 의도한 바도 달성하지 못하고 한국인 전체를 욕한 셈이 됐다.

 ▷중국에 난득호도(難得糊塗)란 말이 있다. 멍청한 척하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초탈한 넓은 마음이 있어야 멍청한 척할 수 있다. 중국이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한국도 초탈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중국의 코앞에서 핵무기를 갖겠다는 ‘총명’한 태도로 나와야 중국이 정신을 차리려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국은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국민이 60%(8일 갤럽조사)에 달하는데도 핵무장은 고사하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조차 신중에 신중을 기할 만큼 초탈할 줄 안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