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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직전 탄핵열차...막아서는 국가원로도 없는 나라

충돌 직전 탄핵열차...막아서는 국가원로도 없는 나라

Posted 2017-03-01 07:05,   

Updated 2017-03-0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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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인 오늘 서울 도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양 진영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다. 특히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주최 측이 청와대와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기로 하면서 광화문광장에 모이는 탄핵 찬성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고 경찰력을 대거 투입해 양측을 차단시킬 방침이지만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태극기집회 현장에는 횃불과 야구방망이가 등장했고, 낫이나 휘발유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까지 목격됐다고 한다. 이미 헌재 앞에는 연일 탄핵 찬반 시위자 사이의 욕설과 비방, 드잡이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화해와 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정치권은 정작 다가올 대선에만 매달려 사생결단식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대선주자들까지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모두가 애국을 외치지만 정작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敵)으로 여긴다.

 상황이 이런데도 누구도 발 벗고 나서 말리는 사람이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어제 대국민담화문을 내고 정치권을 향해 “국민통합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치권과 정부가 갈등과 분열의 또 다른 진앙이 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입법부 수장답게 담화문에 그치지 말고 여야 정당과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깨끗한 승복’을 다짐하도록 혼신을 바쳐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직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위기 상황에서 고건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은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촛불시위 자제를 요청해 “한 번만 더 하고,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황 대행은 당장 태극기집회 측부터 만나 자제를 요청하길 바란다.

 나아가 여야, 좌우를 대표하는 우리 사회의 원로들도 나서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 냉정을 호소하길 제안한다. 원로들이 직접 집회 현장에도 나가 상호 자제를 당부하면 어떨까. 고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 같은 국가원로가 새삼 그리운 요즘이다. 3.1절은 일제 식민지배에 저항해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대규모 비폭력 독립운동이다. 민족대표 33인은 대중화·일원화·비폭력 원칙에 따라 이념과 종교, 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나가 된 민족적 항거를 이끌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 기로에 선 이 때, “나라가 두 동강 나선 안 된다”고,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