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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언급에도 대화의 문 연 北, 압박이 견인 열쇠다

비핵화 언급에도 대화의 문 연 北, 압박이 견인 열쇠다

Posted February. 27, 2018 07:51,   

Updated February. 27, 201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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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북한 김영철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북측 대표단이 보인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어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김영철은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며 대화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김영철 일행은 어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에서도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평양의 메시지가 비핵화를 위한 첫 발걸음이 될지 두고 보겠다”며 일단 열린 자세를 보였다. 비핵화의 ‘ㅂ’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북한이 대화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핵화 논의의 문을 열기 위한 첫발은 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제 한 시간 가량의 면담에서 북핵의 ‘동결→폐기’라는 2단계 해법을 북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로드맵으로 북핵 동결을 비핵화 입구, 북핵 폐기를 출구로 두고 각 단계별로 보상을 제공하는 단계적 해법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북측은 비핵화 입구를 여는 북-미 대화 개시단계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맞바꾸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북제재는 북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까지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이를 조기 해제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미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의 성공을 위한 기반이 더 중요하다. 북한은 2005년 9·19 합의, 2007년 2·13합의 등 핵폐기에 합의를 해놓고도 막상 검증단계 초입부터 어깃장을 놓아 북핵 폐기 로드맵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다. 김정은 정권 출범후인 2012년 2월에도 북-미 고위급 회담으로 ‘2·29 합의’가 도출됐지만 바로 그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파기됐다. 그처럼 북이 협상 결과물을 파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북을 견인하고 통제할 유일한 수단인 국제제재가 구멍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북한은 김여정 일행과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에 동의했다가 면담 직전에 무산시켰으나 이번에는 비핵화를 언급했는데도 대화 용의를 분명히 했다. 펜스 부통령의 강경한 자세에 발끈해 대화기회를 한번 걷어찼지만, 결국은 대화에 나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는 사상 최대 강도로 구축된 대북제재의 힘이다. 이제 3월 25일 패럴림픽 폐막 때까지로 상정된 ‘휴전기간’에 남북의 비공개 접촉이 활성화되고, 대북 특사 파견 가능성도 커지는 등 긴박한 흐름이 예상된다. 취약한 대화의 불길을 살려 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제재라는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줘야 한다.

 김영철 일행은 어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에서도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균형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