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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강도 제재 가동…핵 가진 北이 빠져나갈 샛길은 없다

美, 최고강도 제재 가동…핵 가진 北이 빠져나갈 샛길은 없다

Posted February. 26, 2018 07:57,   

Updated February. 26, 20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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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해상교역을 사실상 봉쇄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 홍콩 파나마 국적의 선박 28척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무역회사 27곳을 포함한 추가 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대북제재의 마지막 구멍으로 지적돼온 ‘해상 화물 바꿔치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재선박의 입항을 허용한 항구를 방문한 선박에 대해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까지도 검토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원유공급 완전 차단을 제외한 가동 가능한 모든 수단의 대북제재망이 구축됐다. 북한의 핵 개발이 시작된 이래 가장 강도 높고, 가장 포괄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재의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며 “바라건대 제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제제재를 총가동했는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은 것은 군사옵션 밖에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제재 조치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일행의 방한을 목전에 둔 시점에 나온 것은 현재 진행되는 남북 대화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은 더 강하게 가해져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방카 일행과 김영철 일행의 방한 일정이 겹치는 이틀 동안 어떤 형식으로든 북미간 접촉이 이뤄져 북미대화의 연결고리가 생긴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를 꺼내든 것은 북한이 평창 개막식 즈음 어렵게 마련된 펜스-김여정 대화의 기회를 걷어차자 “더 이상 대화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갖고 대화에 임하지 않는한 설령 북미접촉이 이뤄진다해도 북이 바라는 어떤 것도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임을 깨달아야한다. 라트비아에서 세 번재 큰 은행인 ABLV가 최근 대북거래 혐의로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자마자 유동성 위기에 빠져 파산을 예고하고 있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한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벗어날 샛길이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영철에게 국제사회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 비핵화 메시지를 내놓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만약 북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삼아 국제제재의 긴장도를 누그러뜨리고 구멍을 내려는 속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산임을 깨닫고 돌아가도록 해야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과의 대화는 비핵화를 위한 것이며, 한국은 국제 제재 전선에서 조금도 이탈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설명해야한다.

 천안함 유족들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어제 김영철 일행의 이동경로인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을 막고 농성을 벌였고 이로인해 김영철 일행은 통일대교 동쪽의 우회로를 통해 서울로 들어와야 했다. 정부가 김영철의 방한을 수용한 것이 남북 대화 고리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책이었다해도, 그 고육책의 목적이었던 비핵화 논의에서 아무 진전을 얻지 못한다면 김정은의 노림수에 맥없이 놀아나면서 천안함 유족의 가슴에 상처만 남긴 오판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