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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김여정 회동 걷어찬 北, 태도변화만이 ‘기회’ 살릴 것

펜스-김여정 회동 걷어찬 北, 태도변화만이 ‘기회’ 살릴 것

Posted February. 22, 2018 07:49,   

Updated February. 22, 20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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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일행이 비밀리에 만나기로 했으나 북측이 막판에 취소해 버리는 바람에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미 최고위급 회동은 북한이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주선해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회동 2시간 전 북측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는 어제 그같은 내용의 워싱턴포스트 보도 내용을 확인하면서 “북한이 이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미 간 청와대 회동이 성사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은 양측이 서로 강도 높은 비난과 위협을 주고받으면서도 물밑에선 여전히 접촉을 통한 극적인 타협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개적인 ‘말의 전쟁’ 속에서도 비밀외교는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북-미 대화를 위한 이런 시도는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대화의 물꼬도 트지 못하는 현실에서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북한과의 대화가 과연 가능한 것인지 되묻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한은 회동 예정일 오전까지도 만남은 유효하다고 하다가 회동 직전 펜스 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아 취소했다. 펜스 부통령이 천안함을 방문하고 탈북자들을 만나는 등 대북 압박을 계속하자 북한으로선 만나봤자 득될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특히 전날 개막 리셉션에서 김영남과 악수조차 하지 않는 펜스 부통령의 태도를 보고받은 김정은이 최종 취소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다.

 북한으로선 어렵게 마련된 기회를 걷어찬 꼴이 됐다. 외교에서 첫 만남은 으레 각자가 원하는 최대치를 제시하며 물러설 수 없다고 엄포를 놓기 마련이다. 그 만남을 계기로 대화는 시작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그마저 거부했다. 한 번 날려버린 기회를 당장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본격 대화에 앞선 탐색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김정은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청와대 회동은 우리 정부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사전 기획하고 양측을 오가며 마련한 것이다. 비록 첫 기회는 무산됐지만 중재 외교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남북 대화 창구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고 미국과 더욱 긴밀히 공조해야한다. 내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고문이 한국에 온다. 이방카는 극단을 오가기 일쑤인 트럼프 정책을 완화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에 따라선 ‘이방카 모멘텀’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