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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젊은이의 패기와 저력 보여준 정현

Posted January. 25, 2018 08:02,   

Updated January. 25, 20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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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릿했다. 지치지 않고 시종 상대를 몰아붙이는 젊음과 패기는 싱그러웠다. 어제 세계 4대 테니스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한국 테니스 역사상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여드름투성이, 스물 두 살 청년 정현은 시종 유쾌하고 통쾌했다.

 사흘 전 16강전에서 세르비아의 노바크 조코비치, 8강전에서 미국의 ‘복병’ 테니스 샌드그런을 상대로 정현이 거둔 성적은 모두 3대0 완승이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를 무려 12차례 석권했으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기간만 223주였던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현은 조금도 위축됨 없이 경기를 지배했다.

 인상적인 것은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역사적인 메이저대회 4강 신화를 일궈낸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마지막 경기 매치포인트라는 역사적인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유창한 영어로 “세리머니를 뭘 할지 생각했다”고 말해 관중들을 폭소케 했다. 가족과 코치를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하다 “너무 많다”고 웃는가 하면 인터뷰 말미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준결승전이 열리는) 금요일에 뵐게요”라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16강전 승리 후 중계 카메라 렌즈에 ‘캡틴! 보고 있나’라고 적어 옛 스승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낸 정현이 4강행을 확정지은 뒤에 한글로 적은 메시지는 ‘충 온 파이어’였다. 외국인들이 자신의 성을 ‘충’이라 부르는 것에 ‘완전히 불붙었다(on fire)’는 절정의 자신감을 곁들인 것이다. 모두 20대 다운 발랄함과 재치가 묻어나는 행동들이다. 큰 경기에서 승리하면 일단 울음을 터뜨리고 말을 잇지 못했던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느낀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정현은 탁월한 실력과 글로벌 수준의 영어, 유머감각까지 갖춘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다. 2000년 이후 최악이라는 실업률, 끊이지 않는 기회의 공정성 논란 등이 이들을 괴롭힐지언정 무릎 꿇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정현의 활약이 가슴 벅찬 감동과 용기를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