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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노조, 지금이 공장에 쇠사슬 묶을 땐가

현대車노조, 지금이 공장에 쇠사슬 묶을 땐가

Posted November. 29, 2017 08:50,   

Updated November. 29, 20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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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노조가 27일 울산 1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쇠사슬로 묶고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수출을 위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증산을 요구한 사측에 맞서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글로벌 시장 판매량이 작년보다 6% 줄어든 현대차에서 그나마 효자 노릇을 해온 것이 7월 출시 후 국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코나다. 현대차는 내년부터는 코나를 미국에도 수출할 계획으로 지난달부터 노조와 생산 확대 협의를 벌여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24일 자체적으로 생산을 늘리려다 불법파업과 맞닥뜨린 것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특히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35%와 13% 판매량이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크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차의 점유율 잠식도 무시 못 할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원화 강세 속에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차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할 정도인데, 그나마 잘 팔리는 차의 생산을 늘리려는 것도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합의가 안 됐다고 공장시설에 쇠사슬까지 거는 행태는 노조만 살면 기업을 죽어도 좋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체협상에 따라 현대차가 생산라인을 추가하는데 노조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해도 협의 내용은 근무시간 등 근로 조건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공장 내 창문 설치, 현장 관리자 타부서 전출, 협력업체 생산 부품 공정 회수 등 현행법(소방법)에 위배되거나 인사권,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를 했다. 젊은층이 타깃인 소형차는 유행에 민감하다. 인기몰이 시점에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언제든 다른 차에 수요를 빼앗길 수 있다. 노조가 이런 사측의 절박함을 인질로 삼아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귀족 노조’ 소리를 듣는 것은 단지 많은 연봉 때문만은 아니다. 파업으로 언제든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오만함이 국민적 비난을 자초했다. 노조가 싫어 현대차를 사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된 데는 생산량을 맞추는데 급급해 불법파업을 번번이 눈감아 온 경영진의 책임도 크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어제 “사규와 법률에 의거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불법 행동을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위기는 외면한 채 제 잇속만 챙기려는 노조의 행태에 회사도 엄정 대응하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