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THE DONG-A ILBO Logo

北 신ICBM 개발 산음동 미사일공장은?

Posted August. 01, 2018 08:08,   

Updated August. 01, 2018 08:08

ENGLISH

 31일 공개된 북한 산음동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현장은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워싱턴, 뉴욕 등 미 동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여전히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핵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것 봐라” 하면서 재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되는 비핵화(FFVD)’를 강조하며 대북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ICBM 개발 현장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이 더 길고 험난할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면서 북-미 간 수 싸움은 한동안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비핵화는커녕 미 본토 공격 가능한 ICBM 개발 지속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이날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ICBM 이동에 사용되는 빨간색 트레일러 등 미사일 공장의 가동 정황들이 담겨 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상업용 위성사진을 보면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매일 산음동 기지를 드나들고 있고, 이는 미사일 제조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북한은 핵 포기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핵 인정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0여 장의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같은 미사일 생산 공장에 최근 새 건물들이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사무실과 박물관으로 추정되는 건물 두 채를 새로 건설했는데,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있기 직전인 6월 5일까지만 해도 텅 비어 있었다. WSJ는 “양국 정상이 만난 뒤로도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시설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화성-15형 발사 등을 통해 엔진 기술은 확보했지만 운항시스템(guidance system) 같은 다른 고도 기술 분야에서 추가 개발과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ICBM 외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성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SL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정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 北美 서로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ICBM은 미국으로선 간과할 수 없는 위협이다. 산음동에서 개발된 화성-15형만 해도 사거리가 1만3000km로 미국 동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4·27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한 지경이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이 실험은 중단했지만 미사일 개발은 계속해 온 것”이라며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폐기 대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핵무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놓고 협상 레버리지로 쓰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가 언급된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이를 직접 언급하거나 핵개발 중단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은 각종 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코앞에 둔 시점에 관련 동향이 불거져 나온 만큼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또한 미국이 각종 정찰자산을 활용해 이런 움직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BM 개발을 진행하며 이를 사실상 노출시킨 것은 ‘협상이 틀어지면 언제라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놓고 서로가 서로를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쓰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강조해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달 말까지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한미 군사훈련 재개 등의 카드를 쓸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은 lightee@donga.com · 워싱턴=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