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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가 첫 가상통화 발행...첫날 7억달러 팔았다

베네수엘라, 국가 첫 가상통화 발행...첫날 7억달러 팔았다

Posted February. 22, 2018 07:50,   

Updated February. 22, 20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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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슈퍼맨(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가상통화가 태어났다.”

 가상통화 채굴기 옆에 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 TV 연설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이날부터 사전 판매를 시작한 국가 주도 가상통화 ‘페트로’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심화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베네수엘라의 궁여지책이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사전 판매 첫날 마두로 대통령은 약 7억3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기 투자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해당 판매 수익을 증명할 증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 중 50억 배럴을 담보로 발행된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산 원유 가격과 페트로의 가격을 연동하겠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가격 계산법은 밝히지 않았다. 사전 판매 기간에는 할인을 적용해 1페트로의 단가를 60달러로 책정했으며 이후 페트로의 가치는 유가 변동에 따라 변한다. 정부는 60억 달러에 해당하는 1억 페트로를 발행할 계획으로 이날부터 다음 달 19일까지인 사전 판매 기간에 3840만 페트로를 판매한다. 미국 달러 같은 경화(언제든지 금이나 다른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화폐)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로는 페트로를 살 수 없다.

 베네수엘라가 최초로 국가 주도 가상통화를 도입하게 된 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있다. 볼리바르의 화폐가치는 기록적으로 낮아 현재 1볼리바르는 약 0.00004달러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터키 카타르 미국 유럽의 투자자를 모으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페트로의 신뢰도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가 떠안고 있는 외채만 1500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자국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베네수엘라와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데, 가상통화를 사는 것도 제재를 위반하는 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도 “의회 동의 없는 페트로 발행은 불법”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대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은 이달 6일 5900달러 선까지 폭락한 뒤 최근 지속적 상승세를 보여 20일 기준 최대 1만127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1만1000달러 선을 회복한 건 1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영국 익스프레스는 “페트로 사전 판매가 시장 안정에 일부 기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첫 국가 주도 가상통화를 발급한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성공하면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도 비슷한 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러시아는 가상통화 ‘암호루블’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보도했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