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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적폐청산? 정적 제거?

Posted January. 24, 2018 08:12,   

Updated January. 24, 20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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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법원이 떠오르는 스타였던 정치국원에게 13년형을 선고했다. 베트남 당국은 ‘적폐청산’이라고 주장하지만, 외신들은 적폐청산을 내건 정적 제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노이인민법원은 22일 딘라탕 전 공산당 정치국원 겸 호찌민시 당 서기장(57)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는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1년 경영 부실과 비위로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탕 전 서기장은 이사회 의장 이후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며 작년 초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전체 19명)인 정치국원에 임명됐다. 또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당 서기장까지 겸직하며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2년 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이끄는 공산당 보수파가 정치국을 장악한 뒤 상황이 급반전했다.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공산당 회의에서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현직 정치국원이 해임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자 공산당 집권 후 두 번째다.

 이후 탕 전 서기장은 페트로베트남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건설의 찐쑤언타인 전 회장 등 22명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독일로 도피했던 타인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베트남 정보요원에게 체포돼 송환됐으며, 22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날 페트로베트남과 관련된 각종 비리로 기소된 22명 가운데 10여 명에게 6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됐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작년부터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부패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BBC 등 외신들은 쫑 서기장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을 숙청해 권력 기반 강화를 노린다고 분석했다. 전임 응우옌떤중 전 총리는 2006년부터 10년간 행정부를 이끌며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대외 개방을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을 주도했지만 국영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실·비리, 부패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중 전 총리는 2016년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는 쫑 서기장에게 맞서 서기장 직에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등 여전히 정치적 파워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을 놓고 쫑 서기장이 중 전 총리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탕 전 서기장을 제거해 경고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수감된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해임 직전 삼성 롯데 한화 CJ 등 국내 대기업 7곳의 오너와 서울에서 만났고, 경상북도를 방문하는 등 한국과도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