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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 사임

Posted November. 23, 2017 07:28,   

Updated November. 23, 20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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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께서 하신 일이 아닐까요? 짐바브웨 국민에게 오늘은 새로운 날입니다.”

 21일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93)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하라레를 비롯해 짐바브웨 전역에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국기를 흔들고 춤을 추며 ‘무가베 시대’ 종말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무가베 대통령은 1980년 초대 총리로 취임한 뒤 37년간 권력을 독점하며 “오직 신만이 나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부인 그레이스 여사(52)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부부 세습’ 노욕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를 위해 유력한 후계자였던 에머슨 음낭가과 전 부통령(75)을 6일 갑작스레 숙청하는 무리수를 뒀고, 군부가 반발해 정부를 접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군부가 자진 퇴임을 압박하는 가운데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과 야당이 21일 오후 함께 탄핵안을 발의하며 무가베를 몰아붙였다.

 제이컵 무덴다 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5시 50분께 현지 국영TV를 통해 무가베 대통령에게서 사임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은 사임서를 통해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사퇴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개시된 탄핵 절차도 중단됐다.

 무가베 대통령이 물러남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망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음낭가과 전 부통령이 짐바브웨로 돌아와 권력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ZANU-PF 대변인은 “음낭가과 전 부통령이 23일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성 때부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무가베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북한은 아프리카의 든든한 우방을 잃게 됐다. 1978년부터 1994년까지 총 8차례 북한을 방문한 무가베 대통령은 북한의 세습 통치를 흠모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총리 취임 직후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난 그는 김일성을 숭배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각료들에게 김일성의 연설문을 읽도록 지시하고 주체사상 서적들을 전시하도록 했다. 또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북한은 짐바브웨에 무기를 지원하고 군사훈련단을 파견하는 등 무가베 대통령을 적극 도왔다. 현지 일간 뉴짐바브웨는 “무가베 대통령이 후계자 선정에서도 북한으로부터 영감을 찾으려고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무가베의 불명예 퇴진은 장기 독재가 만연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독재자들은 이번 짐바브웨 사태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지도자 8명이 20년 이상 집권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명은 30년 넘게 권좌를 지키고 있다.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75)은 1979년 8월 쿠데타로 집권한 뒤 지난해 5선에 성공했다. 7년 임기를 마치면 40년 넘게 집권하게 된다. 자신의 아들 테오도린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짐바브웨 사태가 아프리카에서 수십 년간 권력을 붙들고 있는 지도자들에게 불쾌한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권력 승계를 둘러싸고 내부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