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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A 북 병사 귀순 영상 공개, 무기한 연기

Posted 2017-11-18 07:41,   

Updated 2017-11-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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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이 담긴 영상 공개를 주저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영상은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와 우리 군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가려내기 위한 핵심 물증이다.

 앞서 16일 유엔사는 26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늦춰질 수 있다고 말을 바꾼 뒤 결국 무기 연기를 결정했다. 우리 군 당국이 정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더 많은 분량의 영상 공개를 제의해 와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미 육군 대장·한미연합사령관 겸임)의 일본 출장으로 승인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상 공개가 초래할 후폭풍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유엔사·JSA 교전규칙 개정 여론이 한국 내에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상에는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며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적나라한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이게 공개되면 한국군 JSA 대원들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손발이 묶여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JSA 경비대대의 무력 사용 등 작전 지휘권은 유엔사가 갖고 있다.

 군 당국자는 “영상 공개 후 유엔사에 교전규칙 수정을 요구하거나 JSA에 한국군 교전규칙을 적용하자는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우리 쪽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해야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일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유엔사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다음 날 청와대가 “한국은 유엔사 교전규칙 수정 권한이 없다”면서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해명했지만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교전규칙 개정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군 관계자는 “확전 방지와 정전협정 유지가 핵심 임무인 유엔사가 교전규칙을 수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여론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고, JSA 작전지휘 대대장도 미군이 맡고 있다. 전작권이 없는 한국군이 북한군과 첨예하게 대치하는 JSA에서도 미군에게 구속받고 있다는 비판이 자칫 전작권 조기 환수론으로 옮아 붙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문제와 유엔사 교전규칙은 별개 사안이고, 이번 사건이 군사주권 문제로 번지는 것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