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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적십자회담 제안...대북방송•이산상봉 연계 안돼

남북 군사•적십자회담 제안...대북방송•이산상봉 연계 안돼

Posted 2017-07-18 07:24,   

Updated 2017-07-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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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 북측에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각각 이달 21일과 내달 1일 열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27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을 맞아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추석 명절과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을 기해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방문을 하자고 제의한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다. 북한이 호응하면 2015년 말 남북 차관급회담 이후 1년 7개월간 막혔던 당국간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지만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번 제의에 북한이 즉각 응하지 않는다 해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과거 군사회담에 대해선 적극적이었던 만큼 성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은 베를린 구상에 대해 “잠꼬대 같은 궤변”이니 “철면피하고 누추하다”느니 악담을 퍼부으면서도 “(문 대통령이) 선임자들과는 다른 입장이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한 마디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안쓰럽기만 하지만, 남북 간 꽉 막힌 대결국면이 대화로 전환하는 물꼬가 되고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전환점으로 작용한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정부는 군사회담을 계기로 단절된 통신채널을 복구하고 군사적 긴장 조성 행위를 방지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부터 요구하면서 다음 달 실시될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의 중단을 요구하는 선전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북한은 대북 방송 중단을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탈북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조 장관은 이번 제의에 대해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상호 선순환적 진전을 촉진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남북관계 따로, 북-미관계 따로’ 식이라면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이완시키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한 제재 논의가 한창이고,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에선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양해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 진전이 없는 남북대화에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마냥 지켜보기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구애는 이번 제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북한의 거부에도 계속 매달리거나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시간 벌기나 이간 술책에 끌려 다녀선 안 된다. 제재와 대화의 병행은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 제시한 대북 원칙이자 약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