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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재자가 아니었다, ‘北 달래는 역할’ 계속될 경우엔…

한국은 중재자가 아니었다, ‘北 달래는 역할’ 계속될 경우엔…

Posted March. 16, 2019 07:48,   

Updated March. 16, 20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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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에서 드러났듯이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협상 결렬을 예상하지 못하는 등 중재자 역할에 회의적 시각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김연두(서울대학교 종교학과 16학번), 박지혜(고려대 미디어학부 15학번), 김가은(동아대 국제학부 졸업•13학번), 김지원(이화여대 언론정보학 사회학 14학번•이상 아산서원 14기)

A. ‘중재’란 말은 국어사전에는 ‘분쟁에 끼어들어 쌍방을 화해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관계 측면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분쟁당사자들이 함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분쟁 조정을 요청하고, 이러한 조정 요청을 수락한 제3자가 분쟁 조정안을 냈을 때 이를 구속력이 있는 최종적인 효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중재(arbitration)라고 하고, 단지 권고적 효력만 있고 당사자가 이를 참고만 하는 것을 중개(mediation)라고 합니다.

한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제3자가 아닌 당사자라는 점에서 볼 때 중재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고 수용하도록 설득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국제 관계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대화를 연계함으로써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하는 ‘촉진자’였다고 봅니다.

이상을 고려할 때 우리 정부는 중재자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는 희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북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부적절한 접근이었고, 미국이나 북한도 한국을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을 우리 정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발표된 외교부의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보다 적절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촉진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상회담 결렬로 당분간 북미 간에는 냉각기가 불가피 하지만 양측 모두 대화 기조만큼은 이어가려 할 것입니다. 기회를 잘 보아서 대화를 다시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편을 들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만을 주장한다면 제대로 된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비핵화 로드맵과 같이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면서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이야기 할 때 비로소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너무 서두르거나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을 전해서는 안 되고 침착하면서도 균형 있는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안보이익, 즉 ‘비핵평화’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