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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사무소에 4대 그룹 방북까지…北오판 경계해야

남북사무소에 4대 그룹 방북까지…北오판 경계해야

Posted September. 14, 2018 07:22,   

Updated September. 14, 20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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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오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문을 연다. 개소식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초청되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우리은행장, 한전 KT 수자원공사 등의 고위 임원들도 참석한다.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18∼20일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4대 그룹 총수의 동행을 요청했다. 해당 기업들은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보고 남북경협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재계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등을 감안해 경제단체장과 공기업 CEO 위주로 경제인 수행단이 꾸려지기를 바랐으나 청와대는 투자 결정권이 있는 대기업 오너가 함께 가야 북한이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방북은 비핵화만 이행하면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일부 대기업 경영자들이 동행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전반의 진전을 목적으로 대형 이벤트처럼 치러진 당시 정상회담과 비핵화에 집중해야하는 이번 평양 회담은 의미가 다르다. 게다가 기업들의 자발적 동행이 아니라 청와대가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총수들을 일방적으로 호출해 데리고 가는 게 지금 시대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 제재 속에서 남측이 과속할 경우 북한이 비핵화 없이도 남북경협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6∼8월 남북사무소 개소 준비과정에서 철강, 전기제품 등 338t(약 43억 원)에 달하는 물품을 개성으로 반출했다. 그런데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어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동의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의해 문제가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대북투자는 기업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판단해 이뤄져야 한다. 비핵화가 완료돼 리스크가 사라진다면 기업들은 정부가 등 떠밀지 않아도 앞 다퉈 투자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대동하고 김정은을 만나도 남북경협은 진전될 수 없다. 군사적 긴장완화 등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