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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Posted 2018-01-13 07:55,   

Updated 2018-01-1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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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통령 생일 축하 행사는 서울운동장 같은 거대한 장소에서 열렸다. 남녀 고교생 수만 명이 참가한 매스게임이 열리고 여고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이 대통령 본인이 원했든 측근들이 부추겼든 이 대통령은 한 정파의 지도자가 아니라 전 국민의 지도자로 표상돼 국민 전체가 자기 생일을 축하하는 모양새를 원했다. 정치철학적으로 휘브리스(오만)에 해당하는 그런 사고방식이 결국 이승만 몰락의 원인이 됐다.

 ▷어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봤다. 활짝 웃고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패널이 에스컬레이터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지하철 이용객 중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도 있고 반대자도 있다. 반대자들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고 지지자라도 열렬 지지지가 아닌 이상 지나치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낸 지지자들은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낸 자발적인 광고인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자발적이라고 지하철에서 모든 광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성형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지나친 성형광고가 판단력이 제대로 서지 않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하철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공간이다. 정치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는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허용한 측의 판단력이 허술하든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

 ▷민주 국가에서 대통령의 생일을 지지자들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있는 공공장소에서 축하한다는 발상은 퇴행적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한 정파의 지도자다. 이 긴장관계가 허물어진다면 건강한 사회가 못 된다. 대통령 생일 광고 정도는 가벼운 퇴행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퇴행이 문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