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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평창 올림픽 참가 발언

Posted 2017-12-08 09:07,   

Updated 2017-12-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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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평창 올림픽 참가 발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위기’에서 ‘반전’으로 전환할 것인가.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려는 선수들의 길을 막지 않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으로 평창 올림픽의 분위기는 극적으로 달라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6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의 중심에 선 러시아에 대해 평창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만 별도의 약물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IOC가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하도록 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모독”이라며 평창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을 전면 보이콧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됐다. 하지만 IOC의 징계 발표 이후 몇 시간 뒤 러시아의 중부 도시 니즈니노브고로드의 GAZ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얼마나 애써 왔는지를 잘 안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매우 중요하다”고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IOC의 결정은 정치적 동기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나는 소치 올림픽을 포함한 지난 대회들에서 어디에도 우승하라는 과제를 내린 적이 없다”며 도핑 스캔들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러시아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열어 러시아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내년 3월 대선 재출마 의사를 밝힌 최고권력자 푸틴 대통령이 선수들의 평창행을 승인한 만큼 대다수 러시아 선수는 평창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때 IOC는 러시아에 출전 금지 조치를 내리는 대신 각 종목 단체에 러시아의 출전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도핑과의 전쟁’을 선포한 IOC가 러시아의 도핑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푸틴의 푸들’이라고 하는 조롱도 나왔다. 

 만약 이번에도 이전처럼 대처했다면 IOC까지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비난받을 수 있었다. IOC의 조사 결과 자국에서 열린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 25명이 도핑에 적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33개였던 러시아의 소치 올림픽 메달은 11개가 박탈돼 22개로 줄었다. 하지만 IOC는 러시아에 대한 전면 출전 금지를 내세워 비난을 한번에 잠재웠다.

 IOC 징계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대회 기간에 러시아 국가와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중립국 신분으로 ‘러시아 출신 선수(OR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IOC는 평창 올림픽 폐막식 때 러시아 국기와 유니폼 착용을 허용하면서 ‘퇴로’도 열어줬다. 

 러시아로서도 ‘도핑 스캔들’은 언젠가 한 번은 털고 가야 할 문제였다. 이번 중징계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2020 도쿄 여름올림픽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제 스포츠 외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IOC의 징계 발표에 앞서 바흐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사전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며 “IOC로서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러시아로서는 실리를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7일 양측의 막후 합의 의혹을 제기했다. 

 평창도 한시름을 덜게 됐다. 개인 자격이라고는 해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평창에 오면 대회 권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세계 2위 아이스하키리그인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 선수들과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등은 이미 개인 자격으로 평창에 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자 피겨스케이팅 스타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도 종전 입장을 바꿔 평창에 올 가능성이 있다. 도핑 파문을 딛고 평창에 온 러시아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 색다른 화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러시아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오느냐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개인 자격 출전을 막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데는 엄연히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에 따라 IOC 회의 참석차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12일 러시아의 최종 결정이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최대한 참석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라인을 통해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도 빈틈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며 “한 명의 선수라도 더 참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도종환 장관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 정부는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국가 차원의 선수단으로 참여하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헌재 uni@donga.com ·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