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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 ATP 투어 넥스트제너레이션서 우승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 ATP 투어 넥스트제너레이션서 우승

Posted 2017-11-13 07:26,   

Updated 2017-11-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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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 ATP 투어 넥스트제너레이션서 우승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1·한국체대·삼성증권 후원)이 세계 테니스 차세대 리더들 간의 대회에서 정상에 우뚝 섰다.

 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제너레이션파이널스(총상금 127만5000달러·약 14억2700만 원)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54위 정현은 안드레이 루블료프(20·37위·러시아)에게 3-1(3-4<5-7>, 4<7-2>3, 4-2, 4-2) 역전승을 거두면서 생애 첫 투어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 선수가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형택(41)이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우승한 후 14년 10개월 만이다.

 올해 처음 개최된 이 대회는 테니스계의 차세대 유망주인 21세 이하 상위 랭커 7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었다. 출전 선수들은 정현과 루블료프를 비롯해 카렌 하차노프(45위·러시아), 보르나 초리치(48위·크로아티아), 데니스 샤포발로프(51위·캐나다), 재러드 도널드슨(55위·미국), 다닐 메드베데프(65위·러시아)였다. 여기에 개최국인 이탈리아의 선수 잔루이지 퀸치(306위)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해 총 8명의 선수가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였다. 정현은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 자격을 얻었다.

 4강전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투어 대회와 달리 세트마다 4게임을 먼저 얻는 쪽이 승리하는 규칙이 처음 시행됐다. 듀스를 적용하지 않았고 서브도 25초 이내에 넣어야 하는 등 실험적인 경기 규칙을 도입했다.

 정현은 조별리그에서 3연승을 거둬 손쉽게 조 1위로 4강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메드베데프를 꺾었다. 결승전에서 정현은 첫 세트를 접전 끝에 내어줬지만 내리 3세트를 가져가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은 우승 상금 39만 달러(약 4억3600만 원)를 받았다.

 이 대회는 ATP 공식 투어 대회로 인정받는다. 비록 ATP 랭킹포인트는 부여되지 않지만 출전 선수 선정 때부터 차세대 유망주만을 고집했다. 정현은 초대 챔피언에 등극함으로써 차세대 ‘테니스 황제’ 재목으로서의 인상을 심어주었다. 지금까지 정현의 최고 성적은 올해 5월의 BMW 오픈에서 4강에 오른 것이었다.

 ATP 투어 웹사이트는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정현이 차세대 클래스의 최고 자리에 올랐다”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정현이 냉정함을 잃지 않고 승리했다”라며 그를 ‘아이스맨’이라 불렀다. 정현은 시상식에서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ATP 관계자들과 이탈리아 팬 여러분, 관중에게 감사하다. 나를 도와준 스태프들과 가족, 팬 여러분께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시상식 내내 침통한 표정의 루블료프에게는 “결승전에서 대결해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

 정현은 테니스 가족의 피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정석진 씨(51)는 실업테니스 선수를 거쳐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다. 형 정홍(24·현대해상)은 현역 테니스 선수다. 정현은 약시로 인해 두꺼운 뿔테 안경을 써야 할 정도로 시력이 나빴지만 그 역경도 극복했다.

 정현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세계 랭킹 최고 기록은 올해 9월의 44위다. 프랑스 오픈 3회전 진출이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이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불리는 이형택은 2007년 8월 세계 36위를 기록했고, 같은 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16강까지 올랐다. 한국 테니스계는 정현이 이형택의 기록을 갈아 치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