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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전 조선시대 여성 미라, 사망원인은 ‘성인병’

400년전 조선시대 여성 미라, 사망원인은 ‘성인병’

Posted 2017-09-13 08:11,   

Updated 2017-09-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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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연구진이 400년 전 조선시대 미혼 여성의 미라(사진)를 부검해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사인은 놀랍게도 유전력에 의한 동맥경화증이었다. 고대 동아시아인의 미라에서 성인병의 일종인 동맥경화증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성인병이 현대에 와서 생긴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과거부터 우리 유전자에 내재한 질병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더한다.

 신동훈 서울대병원 해부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2010년 경북 문경에서 발견된 17세기 조선시대 여성 미라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혈관질환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부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병으로 당뇨, 과도한 열량 섭취, 운동 부족, 복부비만 등 나쁜 음식·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는 현대인의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내버려둘 경우 혈관이 막혀 뇌중풍(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

 앞서 2012년 유럽의 공동연구팀이 5300년 된 미라 ‘아이스맨’에서 세계 처음으로 동맥경화증을 규명해 화제가 됐는데 동아시아인 미라에서 밝혀지기는 처음이다. 이 미라는 2010년 4월 문경의 한 아파트 건립 공사 중에 발견됐고, 사망 당시 나이 35∼50세의 미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미라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먼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는데 영상을 통해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석회화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는 질환의 간접적인 증거일 뿐 직접 증거가 될 순 없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과학수사(CSI)에서 범죄 피해자의 사인을 정밀하게 밝힐 때 쓰는 유전자 분석법을 이용했다. 사체 표면의 DNA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외부 조직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 미라 내부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해냈다. 그리고 여기서 죽상동맥경화증과 관련된 단일염기다형성(SNP)이 있는지 살폈다. 사람의 유전체를 이루는 염기서열은 거의 비슷한데 그중 0.01% 정도의 서열이 달라 인종, 질환 같은 개인차를 만든다. 동맥경화증이 있는 환자는 정상인과 달리 특정 염기서열의 빈도가 자주 나타난다.

 분석 결과 미라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염기서열이 7개 발견됐다. 이 유전적 요인이 동맥경화를 일으켜 여성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연구진은 판단했다.

 이은주 교수는 “성인병이 현대인의 질병인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 조상에게도 이런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며 “앞으로 영상의학적 소견이나 물리적 부검만으로 병리학적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연구에 유전자 분석법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밝힌 점도 의의”라고 연구를 평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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